[성호준 칼럼]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의 미스터리 골프상식 - 나은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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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호준 칼럼]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의 미스터리
작성자 나은몰 (ip:)
  • 작성일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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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 칼럼]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의 미스터리


기사입력 2015-07-14 10:30





 

“이게 골프장이야 축구장이야?”

첫 번째 홀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2번 홀에 가서는 “이게 골프장이야 황무지야”라고 불평한다. 골프의 성지라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가 본 사람들 중 절반쯤은 올드 코스를 매우 좋아하는데 절반쯤은 매우 실망한다. 하드코어 영화처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기자는 올드 코스를 매우 좋아한다. 역사와 전통 같은 보이지 않는 향취를 느낀다. 그러나 불평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이해가 된다. 그들 말에 반박을 안 한다. 아니 못한다. 기자의 주관적인 감정으로만 그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사실 올드 코스를 보고 실망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올드 코스 1번 홀은 말 그대로 운동장이다. 멋진 클럽 하우스에 아늑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완전 ‘아니올시다’다. 옆에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그냥 광장 같은 곳이다. 페어웨이와 러프가 구분되지 않고 그냥 네모반듯해 골프장 같지 않다. 실제로 일요일에는 골프 코스가 동네 사람들의 공원이 된다.


유명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손을 흔드는 스윌컨 다리는 사진으로 보면 매우 웅장해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사진을 매우 잘 찍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눈속임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크기도 별로 크지 않고 밋밋하다. ‘이거 아주 멋진 것이다’라는 다짐을 하고 가지 않으면 아주 평범하고 작은 돌다리에 불과하다.

 

 



1번 홀은 너무 많이 보여서 이상한데 2번 홀부터는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홀의 깃발이 보여야 좋은 골프장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국 골퍼들에게 너무나 낯설다. 전혀 예쁘지 않다. 러프가 군데군데 자라 코스는 버려진 황무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린과 그린 밖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코스는 단조롭다. 일반적인 코스에 파 4홀이 10개인데 여기는 14개다. 파 5홀이 두 개 뿐이고 파 3홀도 두 개다. 처음 네 홀이 모두 파 4홀이고 마지막 네 홀도 다 파 4홀이다. 코스에 리듬감이 부족하다.


구조도 밋밋하다. 지팡이 모양을 따라 돌아오는, 좀 과장하면 앞으로 하염없이 가다가 뒤로 돌아오는 코스다. 계속 똑같은 방향의 바람을 상대해야 한다. 이런 코스는 별로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 그린은 너무나 크다. 옆 홀과 함께 쓰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100야드 퍼트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코스 자체로서뿐 아니라 메이저 챔피언십을 열기에 적당한 코스가 아니라고 해도 반박할 여지가 별로 없다. 오래된 코스라 전장을 억지로 늘려 놓아 티잉그라운드의 위치가 옹색하다.


파 4홀이 너무 많은데 그 중 빈약한 홀들이 많다. 1982년부터 2014년까지 디 오픈 대회 파 4홀 중 가장 쉬운 홀은 1위부터 8위까지 모조리 올드 코스 차지다. 1번 홀을 비롯, 3, 9, 10, 18번 홀이 바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선수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 중 가장 쉬운 홀은 18번 홀이다. 메이저대회를 개최하는 코스는 마지막 홀이 매우 중요하다. 드라마가 생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올드 코스 18번 홀은 별 거 없다. 현대 장비와 훌륭한 스윙을 갖춘 선수들에 맞서 싸우기에 이 홀은 너무 늙었다. 그냥 쉬운 파나 버디를 허용할 홀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올드 코스가 위대한 챔피언을 만든다.


타이거 우즈는 디 오픈 챔피언십에 18번 나왔다. 그 중 3번 우승했다. 세인트 앤드루스에서의 우승이 2번이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에 우즈가 출전한 건 4번이다. 올드 코스에서는 출전한 대회에서 절반인 50% 우승한 셈이다. 올드 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에서는 14번 중 한 번 우승했다. 7%다.


잭 니클라우스도 비슷하다. 그는 디 오픈에 38번 출전했다. 우승은 3번이다. 그 중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2번 우승했다.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에 나간 건 모두 8번이었다. 세인트 앤드루스에서는 25%, 나머지 디 오픈 코스에서는 우승 확률 3%다. 선수로서 경쟁력이 있었던 40세 이전까지로 한정한다면 니클라우스는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3번 중 2번 그러니까 67% 우승했다. 나머지 코스에서는 6%다.


누구나 참가해 계급장 떼고 자웅을 겨루는 US오픈이나 디 오픈은 선수 컨디션에 따라 의외의 우승자를 만들곤 한다. 세인트앤드루스는 다르다. 올드코스는 위대한 선수를 알아보는 것 같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의 최근 우승자들은 루이 우스트이젠, 타이거 우즈, 타이거 우즈, 존 댈리, 닉 팔도, 세베 바예스트로스, 잭 니클라우스, 잭 니클라우스다. 최저타 기록은 타이거 우즈가 가지고 있다.


마스터스에서도 유명 선수들이 많이 우승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이 뛰어난 선수가 우승하도록 만드는 변별력이 뛰어난 코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승 경쟁하는 선수가 70명 정도에 불과해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두 스타 선수만 나오면 둘 중 한명만 우승하게 되어 있다. 디 오픈은 말 그대로 열린 대회로 선수들이 156명이나 출전한다. 그래도 올드 코스는 다른 코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뛰어난 선수를 가려냈다.


여자 선수에게도 그렇다. 올드 코스에서 여자 브리티시 오픈이 열린 건 2007년이 처음이었다. 그 때 우승한 선수는 로레나 오초아다. 이전까지 일반 대회 12승을 거두었으면서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못했던 오초아는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첫 메이저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2013년 올드 코스에서 열린 여자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는 스테이시 루이스였다. 박인비가 그랜드슬램을 노렸던 그 대회에서 최나연과 루이스가 우승을 다퉜고 결국은 루이스가 가져갔다. 우승 경쟁을 한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한 대회였다.


왜 그럴까.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날 정도로 오래되고 별로 훌륭한 것 같지 않은 올드 코스가 왜 가장 변별력이 뛰어난 코스일까.


타이거 우즈는 이렇게 설명했다. “링크스는 창의성을 가지게 한다. 미국 코스는 러프 길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다 똑같은 골프장일 뿐이다. 공중전(장타)에 능하고 똑같은 샷만 쳐대는 선수가 미국에서는 상위권에 오를 수 있지만 링크스에서는 아니다. 바람과 땅의 굴곡을 잘 이용하고 항상 다른 샷을 쳐야 한다. 디 오픈에선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그린 밖 50야드에서 퍼팅을 해야 할 때도 있고 135야드에서 5번 아이언을 쳐야 할 때도 있다.”


잭 니클러스는 이런 얘기를 한다. “선수들이 링크스에서 불평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악천후와 더불어 나쁜 바운스를 원망한다. 잘 친 샷이 땅의 경사 때문에 엉뚱하게 튀어 러프나 벙커로 들어가는 일이 잦다. 왜 잘 친 샷이 이렇게 됐느냐고 짜증을 낸다. 그러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샷 기술 뿐 아니라 불운에도 견딜 정신력이 있어야 디 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올드 코스만 링크스가 아니다. 디 오픈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뮤어필드 등 다른 코스도 링크스다. 그런데 왜 올드 코스의 변별력이 가장 뛰어날까.


자연이 만든 코스여서라는 주장이 있다. 인간이 만든 코스는 인간의 머리로 정복할 수 있지만 자연이 만들었기 때문에 위대하고 변별력도 뛰어나다는 거다. 우즈는 “올드 코스에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샷을 구사해야 한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 길이 무수한 코스”라고 말했다.


사실 이 말은 우즈가 했지만 유명한 골프 기자들이 먼저 한 얘기인데 역시 논리상 궁색한 부분이 있다. 오롯이 자연만이 올드 코스를 만든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있던 코스를 톰 모리스 등이 개조했다. 다른 링크스들도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인 것은 비슷하다.


올드 코스에서는 성지라는 무게감 때문에 뛰어난 선수들이 더욱 집중하고, 멘탈이 약한 선수들이 무너진다는 가정도 가능하지만 증명할 수는 없다. 또 타이거 우즈가 다른 코스에서는 대충 경기하고 올드 코스에서는 초인적인 인내력을 보였다고 할 수는 없다. 메이저에서 번번이 주저앉던 로레나 오초아가 올드 코스에서 우승한 것을 보면 멘탈론이 꼭 맞지도 않는다. 결국 올드코스의 이 위대한 능력은 설명이 잘 안 된다.


결국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과학이 아니고 우연일지도 모른다. 우즈와 니클러스가 올드 코스에서 우승확률이 엄청나게 높았던 것은 샘플 수가 적어 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대회에서는 도박회사 배당률이 100배가 되는 어떤 무명 선수가 우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 해도, 꼭 설명할 수는 없어도 올드 코스에 뭔가 있기는 한 것 같다. 올드 코스는 메이저대회를 여는 코스 중 가장 오래된 골프장인데도 가장 훌륭한 결과를 냈다. 시간과 싸워 승리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품격을 만들어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최고 선수들은 올드 코스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 잭 니클러스는 “선수로서 기억되고 싶다면 올드코스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나 잭 니클러스 뿐만은 아니다. 보비 존스는 처음 이 곳에서 라운드를 하다가 스코어카드를 찢어버리고 집으로 갔다. “이게 무슨 골프장이냐”면서. 그런 그가 나중에는 “내 인생에 다른 기억이 모두 사라지더라도 올드 코스에 대한 기억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로리 매킬로이는 “처음 티잉그라운드에 서 본 후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코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플레이를 더 해보고 골프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골프 코스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기자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있기는 있다. 올드코스의 미스터리다.


출처: 세인트 앤드루스=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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